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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제적 시점 #1] 합창은 떼창이 아니다

[창제적 시점 #1] 합창은 떼창이 아니다

창제 | 입력 : 2026/03/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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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공세가 질적 저하를 극복할 수 없기에


봄비가 내리는 어느 수요일 오전에, 종로5가에서 작은 성경공부가 열렸다. 성경공부의 인도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총회장을 역임한 정영택 목사였다. 정 목사를 포함하여 다양한 연령대의 목회자가 성경교육 중심의 목회에 관하여 함께 공부했다. 성경공부를 진행하며 정 목사는 연세대 음대 김명엽 교수의 일화를 잠깐 소개했다. 김 교수가 우리나라 합창 지휘의 대가인데, 헨델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지휘를 과거에 거부했다는 일화였다. 그가 지휘를 거부한 이유는 메시아를 부를 연합 합창대의 연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휘를 맡아 수준 낮은 공연을 올릴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김 교수는 합창은 떼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질서정연한 화음이 부재한 합창은 합창이 아니라 떼창에 불과하다는 그의 문제의식은 양과 질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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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메시아' 초연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양은 양이고, 질은 질이다. 양이 많다고 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아주 오랫동안 물량 공세로 질적 저하를 극복하고자 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교회에 물량 공세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질적 저하가 양적 수축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자 토마스 그레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말하며, 귀금속 함량이 미달한 저질 화폐가 가치가 온전한 화폐를 시장에서 몰아낸다고 지적하였다. 즉 한국교회의 극심한 질적 저하는 평범한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 하는 것을 꺼리게 했다. 이렇게 평범한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면 그 교회의 남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정교한 합창이 아니라 무질서한 떼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부산의 대형교회를 시무하는 김 모 목사가 부교역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였던 녹취 파일이 언론에 공개된 적 있다. 녹취 파일의 공개 이후 김 모 목사는 교단의 중직과 교회의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난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김 모 목사의 욕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경공부 중에 정영택 목사는 과거에 김 모 목사가 경주제일교회에서 설교했을 때 일어난 사건을 우연히 이야기했다. 경주제일교회는 과거에 정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였는데, 어느 날 연합집회 설교자로 김 모 목사가 섭외되고 말았다. 문제는 당시에 김 모 목사가 연합집회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설교하였다는 것이다. 그 설교에 충격을 받은 정 목사는 교회 성도에게 그런 설교를 듣게 할 수 없다고 하며, 김 모 목사에게 욕설을 빼고 설교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그 권고를 듣고 김 모 목사는 욕설을 빼고 설교했지만, 설교가 자연스럽지 않고 삐걱거렸다. 욕설이 이미 추임새가 되었기에 이를 빼고는 설교가 잘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에 김 모 목사가 그때를 기점으로 자신의 언행을 개선하였다면 이번과 같은 급작스러운 은퇴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욕설을 섞어가며 하는 그의 목회가 교회의 양적 부흥으로 이어지니 그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교인 숫자가 늘어나는데 그까짓 욕설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욕설은 욕설이고, 설교는 설교다. 교회의 양적 부흥이 설교의 현저한 질적 저하를 극복할 수 없다. 연합 합창대의 인원이 아무리 많다고 할지라도 철저한 연습이 없는 상태에서 합창한다면 이는 시끄러운 떼창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는 로마서 12장 말씀처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해야 한다.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평범한 상식을 읊조리면서 말이다. 성경공부가 끝나고도 봄비는 그치지 않았다. 봄비는 내릴수록 온도가 따뜻해진다는 말처럼, 성경공부로 인해 마음의 온도 역시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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